啐啄同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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啐啄同時...
이전에 어느 분이 졸탁이라는 말을 얼핏 언급하신적이 있었다.
그 뜻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벽암록에 나오는 말로
알이 부화할때 안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것을 졸이라 하고, 어미가 밖에서 쪼는 것을 탁이라 하는데
안과 밖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란다.
구정을 맞아 큰 절에 어른스님들과 소임맡으신 분들께 세배를 다녀왔다.
휴휴정사의 노스님께서는 공부인연 맺는 사람이 가장 귀한 인연이라시며, 졸탁(啐啄)이라는 말씀을 남기신다.
啐啄同時...
귀한 법문의 시간, 시절인연 닿아 함께하는 시간을 적절한 단어를 골라 한껏 격려해주신듯하다.
너무 멀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게, 눈과 귀를 밝혀주시는 따스한 말씀에 가슴이 열린다.
수행을 즐긴다고 표현하시다가,,너무 그렇게 즐기는 것도 않되지만 눈 어두운 중생은 그 정도쯤은 해야 꾸준히라도 하는 것이지?
하시며 멋적게 웃으신다. 한 말씀, 눈길 한번, 모든 것에 삼가 근신하시는 모습을 뵈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큰스님 살아 생전에 가장 하지 못해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가깝게 뵈면서 공부 많이 할 수 있던 기회를
발심하지 못해, 오랜 세월 누각에서 떡이나 먹고 과일이나 축내며 살았는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큰스님께 직접 화두를 받았다는 것 뿐,,
오래전 참선해보라고 권유를 해주실때도 귓등으로 들었던 말씀들이
그래도 조금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오랜세월을 큰스님 가까이 살았던 사람이라는 말을 어디서든 내뱉으려면,,
수행 잘하고 공부에 일취월장,,역시 큰스님 곁에서 오래 머문사람이라 다르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만이 큰스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지싶다.
한해 한해,,작년같은 한해가 가고, 또 가고,,벌써 육년째로 접어들지만,,
큰스님의 빛은 마음속에 그대로 생생하게 남아있다.
노스님께서 법문중에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을 언급하시니
절 입구에 세워진 큰스님 필적의 安般守意 가 생각났다.
"내뱉는 호흡만 충실히 하면 저절로 들 숨이 쉬어지지?" 하시며 웃으시던 큰스님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그렇게 항상 가르침은 계속되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아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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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을 이곳으로 옮겨오다 보니
명절이 십년가까이 오고 갔다는 세월의 골만 느낄뿐..
달리 공부가 무르익은 것도,
기억이 흐릿해진 것도,
마음이 허허로워진 것도,
그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건만..
하릴없이 세월만 흘렀다.
기도방에 놓여진 큰스님 영정앞에 아침 마다 향하나 사르며..
하루를 맞고 보낸다.
추석이라고 가까웠던 지인에게 안부를 보내다보니
큰스님 추억담을 얘기하다 코끝이 찡해진다.
큰 도인의 그림자 힘으로 의지처삼아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참~!! 복도 많은 사람이라했다.
오고 감에 연연하지 않으셨던 큰스님.
다시는 오지 않으시리라던 그 말씀이 오늘 더 절절하게 가슴을 울린다.
감사합니다~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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