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거울 속의 거울

Kalavinka 2013. 4. 1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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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é MAGRITTE, Portrait dEdward James (La Reproduction Interdite), 1937,
huile sur toile, 75 x 65 cm,
Boymans-van Beuningen Museum, Rotterdam


 

 

 

 

사빈 멜쉬오르 보네가 <거울의 역사>의 결론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복제 금지>를 언급하는 것은
바로 ‘주체의 위기’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그 그림에서 읽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현대사회의 수 많은 시선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을 주장하고 있는 그 그림에는
한 남자가 많은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거울 앞에 서 있는데 거울에는 그의 얼굴이 아니라 등이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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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역사>는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

사실은 그 이전에 인간은 호모 스페쿨룸(‘speculum’은

라틴어로 ‘거울’이라는 뜻으로 speculation(사색)의 어원이기도 하다)이었기 때문임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러니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거울 앞에서 먼저 말해야 할 것이다.

“나는 비춰진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펌)

 

 

 

 

 



 

"본능적으로 격렬하게 좋고 싫음을 표현하는 이들에게선 분명 하찮은 영혼 밖에는 볼 수 없을 것이네.

사실, 위대한 영혼이나 탁월한 정신들에는 이러한 격정이 없지.

우리는 모두 그저 인간일 뿐이고, 각자가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네.

그렇지만 인간은 완성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어야 해.

중심을 향해 노력해 가야지 가장자리로 빠져 나가려 해서는 안되네.

알아두게. 엄격한 논리학자나 문법학자이면서도 동시에 공상이나 음악으로 가득 찰 수 있다는 것을.

음악가나 유리알 유희의 연주자이면서도 온전히 법칙과 질서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생각하고 그렇게 되려 하는 인간이란 언제라도 자신의 학문과 예술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고,

유리알 유희 속에 가장 명쾌한 논리를,

문법 속에 가장 창조적인 환상을 빛나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지."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중에서 -

 

 

 

 

시인은 말한다. "나는 사랑하고, 그리고 사랑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면 행복할텐데."
슬프게도, 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인 경우는 드물다.

-미셸 투르니에, <생각의 거울>, 김정란 옮김, 북라인 中

 



 





Arvo Paert - Spiegel Im Spiegel

with Sergei Bezrodny, Vladimir Spivako

 

 

"곡을 쓰려면 오랫동안 뜸을 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엔 5년이 걸리기도 한다.

나의 삶 속에서, 나의 음악 속에서, 나의 작업 속에서, 나의 어두운 시간 속에서,

나는 이 한 가지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복잡성과 다면성은 나를 혼돈시킬 뿐이다.

나는 모든 것이 일치된 하나의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고 느낀다.

내가 느끼는 이 한 가지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찾을 수 있는가?

이것은 여러 가지 변장을 하고 그 흔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들은 떨어져 나가고

-나만 홀로 침묵과 더불어 존재한다. 오직 하나의 음만이 아름답게 연주될 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다.

시간과 무시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순간과 영원은 우리들 속에서 항상 소용돌이 치고 있다."

- 아르보 패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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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egel Im Spiegel』은 영화 <텐 미니츠 : 첼로>를 보다가 알게 된 음악인데, 얼마 전에 본 <세드릭 칸>의 <붉은 빛>이란 영화에서도 이 곡과 같은 앨범 Alina(ECM)에 수록된 『Fur Alina』가 흘러나왔다. 이 곡을 작곡한 <아르보 패르트 (Arvo Paert)>는 구소련권 국가인 에스토니아 출신의 현대음악가이다. 처음엔 그도 12음기법을 사용한 실험적인 음악을 작곡했지만, 그 후 단선음악(Plainchant)에 대한 연구에 매달린 끝에 이처럼 간결함과 심오함이 하나로 일치되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윗 글에 인용한 <아르보 패르트>의 말은 <헤르만 헤세>가 쓴 <유리알 유희>의 정신과 놀랍도록 일맥상통한다. Spiegel Im Spiegel... 거울 속의 거울... 내면은 뜨겁지만 결코 격정을 겉으로 내어 보이지 않는 음악, 반복해서 연주되는 피아노와 현악기의 단아한 선율이 마치 거울 속의 거울처럼 감상자의 내면에 깊은 공명을 불러 일으키는 음악, 구조는 음악이지만 그 바탕은 명상인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