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1

Kalavinka 2013. 5. 26. 20:19

 



*우리가 가진 생각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그밖의 다른 것들은 단지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불어 가는 바람이 쓰는 일기에 불과할 뿐이다.




*자신의 집에서도 여행자처럼 살라.
산책길에 주운 마른 나뭇잎이 바로 우리가 여행에서
찾고자 했던 그 무엇이 아닌가.


여행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던가.
자신이 속한 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이상적인 나라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
나는 숲에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의 중요한 이유로
숲을 떠났다. 내 앞에는 살아야 할 또 다른
몇 개의 삶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그래서 숲에서의 생활에는 더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쉽게 어떤 정해진 길을 밟게 되고
스스로를 위해 다져진 길을
만들게 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숲 속에 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안돼
내 오두막 문간에서 호수까지
내 발자국으로 인해 길이 났다.



이 세상의 큰길은 얼마나 닳고 먼지투성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또
얼마나 깊이 패였겠는가!

 


*

사람은 진정, 자신의 허리띠를 잡고
스스로를 들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세계를 넓혀서- 사실 이것이 더 나은 길입니다.
본성에는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 없으니까요.
내면에 있는 허리띠를 끊어 버릴 수는 있습니다.


이렇듯 일이란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더 높은 차원의 의미로 보면 정신적인 수행에 다름 아닙니다.
만일 분명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높은 목적지로 향하는 수단이라면
어떤 일이든 하찮거나 지겨울 이유가 무엇일까요?
차라리 그것은 우리가 딛고 올라갈 사다리,
우리의 존재가 탈바꿈될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Henry Davis Thoreau-"구도자에게 보낸 편지"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