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정기적으로 들르는 곳이 몇군데 있다. 그 중 한 곳이,,
좁은 공간에서 세계로 출구를 열어놓은 곳.
도서관이다.
이전에는 강의에 관심을 집중하다가, 이젠...
그.저...
서가에 꽂혀져 있는 먼지를 머리에 이고있는 수많은 장서들과 연애중..
"여기에 내가 있노라~~~"
굳이 그렇게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조용히,우연히, 문득,,스치는 손길을 기다리는 겸손한 그 기다림의 상대에게
하나, 하나, 다가서고 있다.
지금의 내게 건너편 자리에 마주한 수많은 정보, 책, 일들,,,
또한 인연법에 따라 다가오고, 사라지는 것들이기에..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오랫만에 발길을 멈춘 곳..지장단...
시야를 확~트이게 해주는 맑은 파란 하늘.
눈이 시리다.
법당 앞 바닥 공사가 한창인지 돌 가는 소리가 경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앉은 내내..
이빨을 뿌드득 갈듯 오랫만에 좌복에 앉은 내 귀에 소음을 실어다 주지만,
의식을 한 곳에 모아본다.
주변에 일렁이는 기운과 함께 가까웠다, 멀었다,,
그.저..
가물가물..
이곳엔 맑은 기운이 흐른다는 큰스님의 말씀이 기억나
그.저... 뭉클~
산에 알록달록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웅성, 웅성...앞산이 내게 다가서고 있다.
예쁘게 앞산이 치장을 하고 내게 손을 내밀어도
함께 앉아 그 웅성거림을 나눌 큰 어른은 내 옆에 계시지 않는다.
친정 나들이를 하듯 지장단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하늘이 푸르러도, 산이 물들어도,
그러려니...항상 그렇게..
그.저..
그러려니...
"청명"
누군가 정답게 불러주는,
먼지처럼 부유하는 적막함을 깨우는 날카로운 벨~소리.
너 또한 함께라고 나눔의 한 자리를 메워주는 어느 분의 전화 한통에,
그.저..
행.복.해진다.
오늘 친정 마실 다녀왔네..그 말에도 코끝이 찡~~
그.저..
일어나는 뭉게구름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순간의 감정따라
흔들리는 내 마음.
너..그러든가 말든가,,
조용한 선방의 마당엔 본듯 만듯
코스모스가 수각의 한모퉁이에서 미풍에 한들거리고 있다.
너.
그러든가 말든가...

Peter Zurla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