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기억..그 너머 2

Kalavinka 2014. 10. 22. 23:54

 

 

맨 땅에 헤딩한다는 말..

오늘 집을 나서서 돌아오는 문간까지 종일 내 머리에서 맴돌았던 느낌.

조금은 더 쉬어야 할 것 같은 채 깨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이른 아침 예정된 일정을 시작하면서,,

내내..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남??바보같이..

간간이 문학 계간지에 계제 했던 명소를 하나로 묶는 특집처럼,

해파랑 길 1코스를 완보했다.

이전에 이기대와 해운대를 따로 글을 올렸던 곳이라 찾아가는 길이 낯설지는 않지만.

휴일을 반납하고 20Km 가까이 걸을 생각을 하니 몸은 그저 아픈 핑계를 대려고 한다.

나 아니라도 기자는 몇명 더 있으니, 좀은 더 한가하고, 더 생생한 사람에게 맡겨보라고 해보나 싶다가,,

걍~~길을 나섰다.

 

오륙도공원에서 해안길을 따라 가면 더 풍광이 좋다던 말이 생각나 좁고 비탈진 길을 찾아 들어가,

순환도로 아닌 경사 가파른 샛길을 오르내리니, 오전 햇살에도 금방 옷이 젖어버린다.

오가는 사람도 적어지고, 이전 트레킹 갔다 탈이 난 무릎이 아파지니 어울마당쯤 와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연휴의 놀이객들이 붐비니 매점의 사람도 불친절이 극을 달하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그 곳에서 새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운치있는 감상은 이미 도망가버리고, 아픈 다리로 포기할까 말까,,그저 내 몸에만 신경이 집중된다.

내친 길이니 걍~~가보자 하고 뚜벅. 뚜벅..

걷는 길이 평지가 되니 그런대로 견딜만해지고 조금만, 조금만,,하면서

광안리 돌아 해운대 미포까지 완보를 했다.

 

두꺼운 책 한권을 다 읽고 독후감 숙제를 써야하는 방학숙제를 할 때,

눈치껏 앞, 뒤로 책장을 뒤져 그럴듯하게 꾸며도 글은 만들어지듯이..

광안리와 해운대 바닷가도 굳이 걸어야하나싶어,

걷는 내내 마음 속에서는 쌈박질..걍~~차 타고 돌자. 안돼! 직접 걸어야돼...

 

마음으로는 벌써 중간에 걷기를 포기하고 몇번이나 집으로 돌아가고,

부어오른 발을 쉬며 가던 길 옆에 주저 앉아 주변 풍광을 둘러보니,

이렇게 나와보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지금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 개장도 않된 모래사장에 외국인들이 훌렁 벗고 누운 풍광이 마치 외국에 온 것처럼 눈요기도 하고,

모처럼 나오기 힘든 시간과 장소에 와서 바닷바람 쐬며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는 것도 좋고,

맛있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푸짐한 젤라또 떠먹으며 아픈 다리 쉬는 느낌도 좋고,,,

다리를 건너 해운대로 접어드니 도시가 달라진 느낌이다.

마침 모래축제 준비로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져 놀이객들이 올라가 놀고있고,

조각을 만들고 있는 과정도 구경하고,,

보기좋게 그을린 멋진 몸매의 선남선녀들이 비치 발리 볼과 피구를 하고 있다.

걸치나 마나한 사이즈의 수영복을 입고 잘 그을린 조각몸매를 뽐내는 모습.

싱그러운 모습에 절로 눈이 돌아간다.

더웠던 오후 햇살에 바다에 첨벙 몸을 적시고, 여기저기서 모래 터는 아이들의 모습.

거의 벗은 차림의 예쁜 처자들의 살랑거림. 정겨운 연인들의 포옹.

이 모든 풍광이 어느듯 뉘엿하게 저무는 해 그을음에 따스한 그림이 되어,

오늘 하루의 잔상으로 남는다.

 

도중에 포기 하지 않은 나에게..

다른 날 잡아 차로 대충 돌고 창작을 할까 하던 생각을 뿌리친 나에게..

맨땅에 헤딩하듯 8시간 반을 완보한 바보같은 나에게..

건.배~!!

 

해파랑 길을 검색해보니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까지 연결이 되어 있던데

내친 걸음에 끝까지 갈 생각이 ,,더 걸어 걍~~인도까지 배낭메고 뚜벅이 할지,,

 

매순간의 선택이 걍~~~어디로 나를 데려갈지,

그 누가 아남??ㅎㅎㅎ

오늘 하루의 뚜벅이가 바로 인생 길이란 것을 깨닫는 지금..

찾은 것은 무엇?

 

....지금이 기적이란 것.

복이란 것..

매순간이 충만 하다는 것...

 

 

 

 

 

 

 

 

 

 


Speaking In Tongues /Toni Brax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