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의 三 門
불교 사찰 경내로 들어가는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이 문을 두고 기둥이 하나(한줄 두개)로 되어 있다고 하여 일주문 一柱門이라고 한다.
범어사 일주문
조계문 曹溪門 보물 제1461호
일주문이라고도 부른다. 기둥이 일자로 배치되어 지붕을 받치고 있는 구조로 처음 건립된 것은 1641년 묘전화상에 의해서이다.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으로 세속에서 때 묻은 마음을 벗고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진리의 세계는 차별 없는 변함없는 여여한 세계이기 때문에 마음 가운데 차별하는 생각을 비워서 연꽃 같은 마음으로 이 문안에 들어오라는 뜻이다. 세속과 승속마저도 차별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모두의 근본심성은 파란하늘처럼 티 한점 없는 맑고 깨끗한 마음인 것이다. 일주문 현판에는 선찰대본산 범어사는 글이 쓰여져 있다. 현존 우리나라 최고의 일주문이다.
기둥이 하나인 이유는 불계와 속세가 만나는 경계에서 양자가 아직 분리 되지 않은 미분별 indiscernible과 비분리 indifference의 의식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진과 속이 하나(一)인 의식 상태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모든 중생들이 속세에 살다가 부처님이 계신 사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에 그 초입에서 누구나 속세에서 때묻은 자아와 이 성스러운 영역의 경계에서 이런 미분별과 비분리의 체험을 하리라.
범어사 천왕문 천왕문 天王門 사천왕이 모셔진 전각이다. 우주는 수미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대천을 다스리는 왕이 있는 것이다. 천왕문의 네 기둥의 주련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화엄성중혜감명(華嚴聖衆慧鑑明) 화엄성중의 지혜로운 영감이여 사주인사일념지(四州人事一念知) 세상 모든 일 한생각에 헤아려 아시고 시고아금공경례(是故我今恭敬禮) 이제 제가 공경의 예를 올립니다 |
일주문一柱門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사천왕문이 나온다. 물론 이 문은 보통 건물과 같이 4개의 기둥으로 되어 있다. 모든 분별이 일어나고 생기는 것을 상징한다. 이 사천왕들이 악귀들로부터 중생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곳이다. 물론 사천왕도 우리들 자신이고 악귀도 우리들 자신이다. 미분별적이고 비분리적인 것들이 여기서는 분별이 생기고 분열이 벌어지는 곳이다. 주객 대립이 첨예하기 생겨 선과 악, 그리고 시와 비가 분명하게 갈라지는 처소이다.
|
|
범어사 불이문
불이문 不二門
사찰로 들어가는 산문 중 세 번째 문이다.
차별하지 말고 이 문 안에 들어오라는 뜻이다.
'불이'라는 뜻은 '부처님과 중생은 본래 둘이 아니며.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다'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대개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여 보려고 한다. 좋은 것 나쁜 것 나의 것 너의 것으로 나눈다. 그래서 경쟁을 대립으로 갈등으로 결국 싸움과 전쟁로 치닫는다. 심오한 진리의 세계는 너와 나를 구분 짓지 않는다. 내가 있어야 너가 있고 너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공존의 이론,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나아간다. 이것이 불이법문의 요지이다. 이같이 불이(不二)의 뜻을 체득하면 해탈할 수 있으므로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마지막 문인 불이불일문 不二不一門에 도달한다. 일주문이 하나의 세계이고 사천왕문이 둘의 세계라면 이 불이불일문不二不一門을 지나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세계에 도달한다. 일명 이를 ‘금강문’이라고도 한다.
이 3개의 문은 불교의 참 존재가 드러나는 현상학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