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아무르

Kalavinka 2013. 9. 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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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위대하다고 해서 현실적으로도 그렇다고 말한다면 무지몽매한 것입니다.

이상주의대로 세상이 흘러간다면 여기가 바로 유토피아겠죠. 반대로 보면 그래서 세상살이가 재미난 것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사랑은 위대할지언정 현실은 냉혹하고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가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르주와 안느의 사랑은 무한할 것 같았지만 유한했고, 그 원인은 냉혹한 현실을 견디지 못한 나약한 인간의 실체입니다.

여기서 냉혹한 현실과 나약한 인간의 실체는 각각 대조를 이루는 시간(영속)과 신체(불영속)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또한 신체로 인해 의지마저 꺾일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안느가 자신을 찾아온 과거의 제자이자 현재의 유명 피아니스트에게, 그가 푹 빠져 있는 슈베르트 대신에 안느로부터 배웠던

베토벤의 '바가텔(Bagatell)'을 연주해달라고 청하는 장면은 이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가텔이 '가벼운' 또는 '쓸모없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안느는 비참한 현재를 외면하고 찬란했던 과거를 염원했던 것입니다. 이 부질없는 욕심은 식사 도중에 대뜸 앨범을 보고 싶다고 했던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탁에서 안느는 앨범 속의 사진을 보며 과거를 추억했지만 조르주는 현재를 영위하고자 식사를 하고 있었죠.

후반부에 풍경화 몇 점이 조용히 나열되던 장면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집에 갇힌 두 사람의 처지를 그림에 견주어 상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다시 올 수 없는 흘러간 나날과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을 미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죠.

우리가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도 맞닿아있고요.

 

 

 

 

 

<아무르>는 조르주와 안느의 딸인 에바가 적막한 집에 홀로 들어와 소파에 앉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에 앞서 에바는 어릴 적에 부모님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집에는 침묵과 정적이 흐를 뿐입니다. 흡사 조르주가 떠올렸던 어떤 영화에 대한 얘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지만 조르주와 안느가 서로에게 품었던 감정만이 남았습니다. 어떻습니까?

과연 이들의 사랑은 아름다운 것일까요? 아니, 이래도 사랑이 아름다운 것일까요?

글쎄요... 저는 차라리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극적이고 가혹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사랑은 위대할지언정 현실은 냉혹하고 인간은 나약하기만 합니다.

미카엘 하네케가 <아무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도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거나 따르고 있거나 희망하고 있는 사랑의 정의란 무엇이고,

유한한 인간의 삶에서 사랑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말입니다.

<아무르>를 보면서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다는 피상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이 위대한 사랑을 최후까지 지키지 못하고 지킬 수도 없는 인간의 나약함에 좌절했기 때문일 것입니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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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Death /1915 /by Ferdinand Hodler

 

 

*안느의 싸늘한 주검이 들꽃으로 장식되어 침대에 눕혀진 장면에서 문득 떠오른 그림..

고단한 삶의 그늘을 고스란히 담아냈던 호들러의 그림이 내 발걸음을 멈추듯,

잠시 모든 것이 정지된다.

 

이별연습~

과연 사랑의 이름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막을 내린다.

 

 

 

 

 

Little Comfort (Piano So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