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2009) El secreto de sus ojos The Secret in Their Eyes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25년 전인 1974년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갓 결혼한 여성이 참혹하게 강간 살해당하고,
검사보 에스포지토가 사건을 맡는다.
에스포지토는 열의를 보이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수사 담당 판사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 모랄레스(파블로 라고)의 지독한 사랑에 감명을 받은 에스포지토는 끝까지 범인을 추적하고
헤이스팅스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범인은 반정부 게릴라 소탕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풀려나고,
또 다른 비극이 싹튼다.
‘엘 시크레토’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사랑에 갇혀 버린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한 사람은 영원히 정지한 시간을 택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뒤늦게 시간을 움직이게 만들려고 애를 쓴다.
이유는 똑같다. 바로 사랑 때문이다.
에스포지토가 영화 초반 ‘두렵다.’는 메모를 남기는 것도 바로 사랑 때문이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시대상을 은유적으로 다룬 이 정치적 함의의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삶의 열정이다.
외적 억압의 상황 하에서 쉽게 간과되는,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의 기회, 인생의 용기를 무엇보다도 말하고자 한다.
물론 이 기분 좋은 메시지는 훨씬 대중적인 것이다.
대중적이라는 그것을 오히려 감독은 ‘뜻밖의’위트로 읽혀지도록 기술적으로 잘 숨겨진 장치로 해서
그 포맷을 관객이 손쉽게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맛깔스레 잘 은폐해 놓았다.
정치적 함의들이 쉽게 잘 빠져들곤 했던 메타언어의 단선을 벗어나
이 영화 또한 적절한 거리를 두고 그 함의를 위주로 해서 삶의 다변한 국면들을 비빔밥처럼 솜씨 있게 믹서 했는데 그 재능이 남다르다.
스릴, 정치적인 존재론을 통한 아르헨티나 현대사 치부 엿보기, 로맨스,---
삶의 열정, 거세된 주체의 힘을 상징하는 것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검사보, 벤야민 에스포지토(리카르도 다린 분)가 사용하는 아날로그 타자기다.
피의자를 심문할 때 손쉽게 담화의 속도로 문서를 만들 수 있지만 그 타자기는 어찌 된 일인지 철자 ‘A’가 불능이다.
물론, 철자‘A', 작동불능인 그것은 기술과 기계에 의해 희석된 주체의 힘을 표상한다.
또한 권위주의 위계적 질서의 폭력에 의해 엷어진 관료인의 수동성 내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위압과 힘, 70년대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현실에 의해 위축되고 소심해진 개체 인격의, 밀린 타구와 같은 보편적 내적 장애를
그것은 또한 지시한다.
언제나 그 장애는 그 시대인의 삶에서 게임의 유효선을 벗어나는 오발을 날리도록 작동되는 ‘희생된’불구가 아닌가?
주인공, 에스포지토, 상사인 미모의 여검사가 빠져들 정도로 선하고 괜챦은 내면의 직원이지만
그 또한 이 결정적인‘킹 핀’의 부재로 지체와 기회유실, 기능 불구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위계, 범주들에 대해 과도하게 인식하도록 길들여지고 학습된 세계---.
그렇다면 이 영화가 숨기고 있는 영웅은 살해된 여인의 남편, 리카르도(파블로 라고 분)일 것이다. 자신의 아내를 성폭행,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에게 그는 결국, 그 죄 값에 합당한 종신형을 부여하고야 만다. 사법부가 뒤틀고 악용한 처벌(70년대 아르헨티나의 권위주의 정부)을 그는 용감하게도 그 스스로의 상처와 고통, 사랑의 증명대에 세워 놓고 징계를 집행할 줄 아는 유일한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 일에 그는 자신의 전 삶을 다 몰아넣고 소진시키는 주체적 영웅이다. 오직 그만이 철자,‘A', ‘킹 핀’을 소유한 ‘기적’의 사람인 것이다.
리카르도의 삶의 열정, 곧, 잃어버린 고리,‘A'는 결국 마지막에 에스포지토의 삶을 구원하기에 이르게 하고 있지 않는가?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소피아 로렌의 오래된 영화, <해바라기>의 마지막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기차역에서의 이별장면---.
'나'와 '너'의 사이, 왜 서로 우리는 사랑의 간격을 두고, 이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불구들인가?
하지만 영화는 유쾌한 해피엔딩으로 관객을 또한 웃게 한다. (펌)
(마지막 엔딩..)
나랑 얘기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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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다 바꾸지.
얼굴, 집, 가족, 연인, 종교....
하지만 못바꾸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자신의 열정"
""제가 매달리는 게 기억인지 기억의 기억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Temo("두렵다"란 스페인어) →Te amo("사랑한다"란 스페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