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여인의 초상

Kalavinka 2014. 4.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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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스스로 변해야한다.

이것은 쉽고, 불가능하고, 어렵고, 그래서 더더욱 해볼 만한 일이다.

필요하다면 그녀의 눈동자는 때로는 짙푸르게, 때로는 잿빛으로 시시각각 변하리라.

검은빛을 띠다가도 때로는 명랑하게, 때로는 이유없이 눈물을 머금으리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단 한 사람, 혹은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가 되어

그와 함께 곤히 잠자리에 들리라.

그를 위해 네 명이거나, 한명도 아니거나, 아니면 단 한명의 아이를 낳아주리라.

순진무구하지만, 가장 적절한 충고를 하게 되리라.

목 위에 머리가 없지만, 곧 갖게 되리라.

야스퍼스와 여성지를 동시에 읽게 되리라.

나사를 어디에 조여야하는지 모르면서도 근사한 다리를 만들어 세우리라.

항상 그래왔듯 젊은 모습으로, 갈수록 더 젊은 모습으로 남아 있으리라.

양손에는 날개가 부러진 참새와,

길고도 머나먼 여행을 위한 약간의 여비와,

고기를 토막내는 식칼과, 붕대와, 한 잔의 보드카를 들고,

어디를 향해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 피곤하지는 않은지.

많이 고단하건, 조금 고단하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그에 대한 사랑 때문이건, 아니면 아집 때문이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혹은 신의 가호 덕분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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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부분의 설명~

목 위에 머리가 없지만,

폴란드 속담에 "남자는 집안의 머리이고, 여자는 목이다"는 말이 있다.

목이 움직여야 머리가 움직일 수 있듯이 집안의 우두머리이자 가장은 남자지만,

그 가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여자라는 뜻에서 비롯된 속담이다.

야스퍼스

칼 야스퍼스(Karl Jaspers): 독일의 사회철학자로 칸트, 키에르케고르, 니체 등의영향을 받아 실존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저서 <철학> 전 3권을 썼다. 그는 실증주의 철학이 내세우는 과학에 대한 과신을 경고하고, 근원적인 불안에 노출된 인간의 비합리성을 포착하여 본래적인 인간 존재의 양태를 전개하는 실존철학을 시대 구원의 한 방법으로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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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폴란드의 여류시인입니다.

1923년 7월2일폴란드 중서부의 작은 마을 쿠르니크에서 태어났고, 아직 살아있습니다.

시단의 모짜르트라고 불리며 실존철학과 시를 접목시킨 우리시대의 진정한 거장으로 인정받으며

199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여류시인입니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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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sz Taras 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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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Wislawa Szymborska-

  

 우리는 그것을 모래 알갱이라 부르지만

그에게는 알갱이도 모래도 아니다.

그는 이름이 없어 만족스럽다.

보편적인, 특별한,

스쳐 지나가는, 오래 남는,

잘못된 것이든, 적당한 것이든.

  

우리가 보건 손대건 그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다.

만져지든, 보여지든 느끼지 않는다.

창턱에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의 일일 뿐 그의 고난은 아니다.

어디에 떨어지든 그에게는 똑같다.

벌써 떨어졌는지, 떨어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창으론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

그러나 그 풍경은 자기를 못 본다.

색깔없이, 형태없이

소리없이, 향기없이

이 세상에서 그에게는 아픔도 없다.

 

호수바닥한테는 바닥이 없고

기슭에게는 기슭이 없다.

호수물은 젖지도 마르지도 않았고,

작지도 크지도 않은 돌 둘레에

스스로의 물결치는 소리에

귀먹은 파도는 낱개도 여러개도 아니다.

 

태양이, 지지 않으면서 지고

알아채지 못하는 구름 너머 숨지 않은 채 숨어 있는,

본래 하늘 없는 하늘 아래 모든 것.

 

분다는 이유 외에는 아무런 다른 이유 없이,

바람이 구름을 몰고 다닌다.

 

일 초가 지나가고

두번째 초

세번째 초

그러나 그것은 오직 우리의 삼 초일 뿐.

 

중요한 소식을 가진 사자(使者)같이 시간은 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비유일 뿐.

그의 서두름이 불러일으킨, 상상의 인물,

그리고 비인간적인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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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With a Grain of Sand


We call it a grain of sand,

but it calls itself neither grain nor sand.

It does just fine, without a name,

whether general, particular,

permanent, passing,

incorrect, or apt.


Our glance, our touch means nothing to it.

It doesn't feel itself seen and touched.

And that it fell on the windowsill

is only our experience, not its.

For it, it is not different from falling on anything else

with no assurance that it has finished falling

or that it is falling still.


The window has a wonderful view of a lake,

but the view doesn't view itself.

It exists in this world

colorless, shapeless,

soundless, odorless, and painless.


The lake's floor exists floorlessly,

and its shore exists shorelessly.

The water feels itself neither wet nor dry

and its waves to themselves are neither singular nor plural.

They splash deaf to their own noise

on pebbles neither large nor small.


And all this beheath a sky by nature skyless

in which the sun sets without setting at all

and hides without hiding behind an unminding cloud.

The wind ruffles it, its only reason being

that it blows.


A second passes.

A second second.

A third.

But they're three seconds only for us.


Time has passed like courier with urgent news.

But that's just our simile.

The character is inverted, his hasts is make believe,

his news in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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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다는 이유 외에는 아무런 다른 이유 없이,

바람이 구름을 몰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