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Ending Note

Kalavinka 2012. 11. 30. 23:06

 

 

 

 

 

6개월 전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일본의 중년 남성 ‘도모아키 스나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어떤 드라마 보다 리얼한 다큐멘터리다.

실제로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 포기하고 슬퍼하기 보다 자신의 신념을 꼼꼼하게 담은

‘엔딩노트’를 준비하는 도모아키 스나다는 감독의 친아버지이기도 하다.

그의 엔딩노트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담겨 있을까.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 번도 찍어보지 않았던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가기’ 등

시한부 인생 앞에서도 유머와 솔직함을 담은 노트를 작성하며 그는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가족들 역시 주인공의 선택을 존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죽어가는 주인공이 안타깝기보다는 그가 위대해 보이고, 더 나아가 부럽게 느껴짐은

인간이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약한 존재가 아니라, 죽음도 껴안을 수 있는 위대하고 행복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순간과 아버지의 회환을 눈물과 웃음으로 그리며,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 모두에게 ‘지금 현재’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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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다 감독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일본에선 '어떻게 죽고, 삶을 정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개봉 땐 이런 사회적 반향까진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그는 "유행처럼 엔딩노트를 쓰는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난 어떻게 죽길 원하고 내 장례식엔 이런 음악을 틀어달라'는 식의 엔딩노트를 남긴다고 한다.

죽음은 신성한 것이고,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건 오만한 행동 아닌가?"라고 했다.

"아버지는 당신이 돌아가셨을 때 가족이 당황할까 봐 배려 차원에서 엔딩노트를 만든 것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가족, 주변 사람들은 서로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죠."

결국 스나다 감독이 기록한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은 관객뿐 아니라 감독 자신에게도 큰 위안이 됐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 직후 굉장히 힘들었다.

죽음 후에 인간이 '무'(無)가 된다는 게 허무했고, 공부도 일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희망이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영상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라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것, 그게 바로 사는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요.

제가 느낀 상실감은 가족과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관객들)과 영화로 감정을 공유한다는 데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