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항로
기억처럼 더러운 것은 없다 사막까지 따라오는.
아주 먼 길을 왔다.
언젠가는 바다 밑이었다는 북구의 항구도시를 떠나 살 만큼 산 나비처럼 기류에 떨다 밀리고 밀려서 남쪽으로 왔다.
사막, 쓰고 말한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는 곳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는 기적이 하루 종일 일어난다는
생전 처음 듣는 모래 바람 소리는 자꾸만 기억을 불렀다. 혼자서 먼 길을 왔다. 사막에만 산다는 포아풀 더미와 섞여 기억이 따라서 굴러 왔다.
저항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 낯선 모래 무덤 위에도 그놈의 소금기, 소금기가 묻어 있다.
-허연의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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