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릉빈가 2012. 7. 29. 01:53

 

 

 

 

 

실루엣의 은은함. 달빛의 교교함..바람의 살랑거림...뜨거운 한낮의 지열에 푹 익은 풀내음이 절 마당에 가득하다.

반쯤 차오른 밝은 달빛 아래 높은 기와지붕의 땅으로 흘러내리는 선은..묵직하고 힘차게 하늘로 솟아 오를 힘을 내포한듯 느껴진다.

가는 골따라 힘찬 빗줄기의 소란스러움도 일시에 잠재울 것 같은 커다란 배포.

넓은 바다속에 개천의 조잘거림도 일시에 묻어 버릴 것 같은 커다란 포용심.

 

다시.. 오랫만에 자정까지 정진을 시작했다.

포행을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그렇게 힘들고 큰 수술을 두번이나 한 몸으로  작년 한 해의 철야를 버틴 내 몸이 기특하다 여겨졌다.

죽을만큼 다시 고통의 터널을 지나 다시 지금 좌복에 앉을 수 있는 것도..

사실 두다리로 걷는 것부터가 기적이 아닐까싶다가..

태어나고, 사랑하고, 늙어가는 그 모든 것에서 삶의 신비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운명 틀 속에서 차츰 진화되어가는 영혼들의 제 각각의 '꼴'들이 변화되어가는 것만큼..

더 이상의 가치를 찾아야 할 무엇이 또 있을까싶다가..

끊임없이 오고가는 망상의 자락을 놓아버리고서야 망상 속에 있었음을 알게된다.

마치 꿈을 인식하는 과정처럼 눈을 뜨고도 자신의 망상에 빠져 꿈속을 헤맨다.

모처럼 몇시간을 좌복에 앉아 망상에만 끄달려 다녔다는 것을 알겠다.

화두를 얼마나 들었을까? 그동안의 게으름과 반비례하는 것.

 

며칠을 열대야를 이루는 진저리나는 뜨거움을 피할 수 없으면 마음 편히 먹고 그저 지글거림을 즐겨야하듯이..

이 생에 빚갚을 사람들에게 바닥을 뒤집어 탈~탈~ 털어 빨리 빚잔치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자리를 뜨고싶다.

뜨거움 속에 있을때 차가움의 절실함을  가장 잘 느끼게 되듯,

치열한 숙제는 정면돌파로 바로 끝내버리고...

번뇌로 들끓는 고통을 힘으로 전환해 끊임없이 정진 할 뿐!

순간에 바뀌는 마음 믿을 것 뭐 있남?

막힌듯 할 때가 가장 잘 통하는 때란 것을 명심할 것!!

남의 손가락질에 정신 팔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자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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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lavin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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