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다르지만, 우리는 누구나 같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약자이며, 실은 누구도
이 세상의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상은 감옥이다.
게릴라와 동성애자만큼이나 서로 다른 당신과 내가,
형기를 다하는 그날까지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
회사도 그러하고 가정도 그러하다.
억압은 여기서 비롯 된다.
호모와 빨갱이라 서로를 멸시하는 이 상황이,
그래서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과제와
같은 것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가혹한 일이지만
신은 실낱 같은―그래서 위대한 재능을
우리에게 부여해 주었다.
가느다란 물줄기와도 같은 그 재능에 대해
한 뼘의 감옥 속에서 몰리나와 발렌틴은 속삭인다.
사람이 정을 붙이지 않고 살 수 없다는 건
참 이상한 현상이야.
그건… 마치 우리의 정신이 쉴새 없이
그런 감정을 분비해내는 것 같아.
그래, 그건 잘못 잠긴 수도꼭지 같아.
물방울이 마구 떨어지지만,
그걸 멈추게 할 수는 없거든―두 사람의 대화처럼
실은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다른 모든 일을 멈추어도,
그래서 사랑하는 일만큼은 멈출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이 있을 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없으므로.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이 있을 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없으므로.
시시한 조연들의 어떤 계략에도 속지 말고,
인간답게, 그렇게...
-박민규의 소설 인간학
'우리는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