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demar Wienchol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삶을 방랑과 여행으로 허비한 크눌프.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크눌프는 이런 자신의 삶에 조금씩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그에게 삶은 의미없는 여행의 연속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눈앞에는 자신이 이룩한 가시적인 성과도 없다.
그러다 결국 폐결핵으로 눈 속에서 죽어가야 할 운명에 처한다.
이런 크눌프에게 신과의 대화는 그를 평안한 죽음으로 인도한다.
즉 삶이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만투성이인 그에게 신은 말했다.
"자, 이젠 만족하라."
신은 충고하였다.
"이제 탄식한들 무엇 하리오? 모든 것이 좋았고, 올바르게 진행되어 달리는 될 수 없었다는 것을 그대는 모르는가?
그렇지 않으면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신사가 되고 공장의 주인이 되어
처자를 거느리고 저녁에 주간 신문을 읽는 신세가 되고 싶단 말인가?
그런 신세가 되더라도 자네는 곧 달아나 숲 속에서 여우 곁에 자거나 새장을 놓거나
도마뱀을 키우는 짓을 할 것이 아닌가?"
크눌프는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피로에 지쳐 몸이 비틀거렸으나,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좀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신의 말에 감사하며 수긍하였다.
"보라!"
신은 말하는 것이었다.
"나의 이름으로 그대는 어리석은 일을 하여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그대 속에 있던 내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고 또한 사랑을 받은 것에 불과하단 말이다.
그대는 나의 아들이요, 나의 동생이며 나의 분신(分身)이었다.
그래서 그대가 맛보고 겪은 괴로움은 모두 나도 같이 체험하지 않은 것이 없다."
"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것을 언제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크눌프는 대답하며 머리를 정중히 숙였다.
그는 눈 속에 누워 쉬었다. 피로한 수족이 퍽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의 빛나는 눈도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좀 잠들려 하였으나, 신의 음성이 그대로 들려 왔다.
그리고 신의 밝은 눈이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이젠 더 한탄할 것이 없는가?"
하고 숨은 신의 음성이 물었다.
"이젠 아무것도 없습니다."
크눌프는 수긍하며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그럼, 모든 것이 좋은가? 모든 것이 될 대로 되었는가?"
"네,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됬습니다."
그는 이렇게 수긍하였다.
......
Pasarela entre las flores II./ Carmen A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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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크눌프]의 마지막 부분이다.
어쩌면 19세기와 20세기를 살다간 헤세의 인생철학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운명에 만족하는 삶.
현대인들에게 맞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늘 불평불만인 채로 살아가는 현재의 내겐 무언가 의미가 있다.
특히 만족하라는 절대자의 한 마디가.....
매순간 행복과 은총의 빛이 틈새로 밝게 스며든다.
Tyndall phenomenon
집중과 깨어있음
달리 다른 길은 없는 지름길.
매순간 깨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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