機自爾

가릉빈가 2013. 9. 20. 00:20

Warmth

Warm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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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태허에서 쉬고 있을 때에는

고요하고 맑아서 아지랑이나 티끌 먼지가 일어나는 것조차 볼 수 없다네

하지만 부채를 흔들자마자 바람이 곧 몰아치네

바람은 기(氣)라네, 기(氣)는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해서

물이 계곡을 꽉 채워 조금의 틈도 없는 것과 같다네

저 바람이 고요하고 잠잠할 때는

그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기(氣)가 어찌 빈 적이 있으리오

老子가 '빈 것 같지만 다함이 없어서 움직일수록 더욱 나온다'고 한 것이 이것 일세

그 부채를 흔들자마자 몰려가서는 기(氣)가 들끓어서 바람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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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상이 부채를 선물함에 감사하며/서경덕

 

 

처음부터 목숨이 생겨난 것도 대자연의 氣에서 왔기때문에

달리 얻은 것이라고 할 것이 없으며,

죽음 또한 내 몸을 이루고 있던 氣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잃었다고 생각할 것이 없다고 화담은 생각했다...

서경덕은 변화의 원인을 氣자체에서 찾았다.

변화란 氣의 자기 원인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모든 변화는 氣가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일뿐, 동시에 어쩔수 없어서 그렇게 되는 것일뿐이라고 했다.

바로 기자이(機自爾)..기틀이 그러할 뿐.

機란 그때에 이르면 그렇게 바뀔수밖에 없는 시간적 필연을 뜻한다....

변화는 시간적인 계기를 통해 나타나므로,

어떤 시점이 되면 氣가 스스로 그렇게 작용하고 아울러 어쩔 수 없이 작용하여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p92-94

 

 

한국 철학 에세이/인물로 보는 우리 철학의 흐름//김 교빈 지음//동녘(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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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機自爾'...

 바로 '시절인연'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죽음의 순간  "죽고사는 이치를 안 지가 오래라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는 화담 서경덕.

이미 깨달음의 경지에서 한 생을 마감한 모양?

氣를 우위에 두는 그의 사상이 유물론 중심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져 북한에서 가장 칭송받는 철학자라나..

사상도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하는 모양..

 

 

 

Autumn Feel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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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lavin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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