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할 때,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근거없는 죄의식은, 피할 수 없이 실패나 상실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와 헤어질 때, 우리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과오의 부담을 끌어 안게 된다. 이별이 후회스러운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별하는 두 사람 모두 똑같은 패배감을 느낀다. 고통이 그런 죄의식을 씻어 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통은 이미 무결성을 상실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열정적 사랑은 끊임없이 그런 왜곡의 희생물이 되어 왔다. 이 세상에 죄 없는 고통은 없다는 듯이, 엄마와 떨어진 아이의 고통처럼 무결한 고통조차도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내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내가 과오를 저질렀다는 증거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심지어 조작을 해서라도 자발적으로 내 과오를 증명하거나, 그것이 내 열정의 무결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더럽히는 고통을 깨끗이 씻어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입증한다. 우리는 직접 체험한 우리의 사랑이 일시적이거나, 변질되었거나,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을 수도 있는 저 흔해 빠진 수많은 사랑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우리가 불순하고 냉혹한 인간이라는 의심을 받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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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hro - Camina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