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기술

가릉빈가 2013. 4. 17. 22:10

 

 

 

 

 

 

 

 

 


 

이별할 때,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근거없는 죄의식은,

피할 수 없이 실패나 상실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와 헤어질 때,

우리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과오의 부담을 끌어 안게 된다.

이별이 후회스러운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별하는 두 사람 모두 똑같은 패배감을 느낀다.

고통이 그런 죄의식을 씻어 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르트는 『사랑의 단상』에서 니체를 인용하면서,

고통은 이미 무결성을 상실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열정적 사랑은 끊임없이 그런 왜곡의 희생물이 되어 왔다.

이 세상에 죄 없는 고통은 없다는 듯이,

엄마와 떨어진 아이의 고통처럼

무결한 고통조차도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내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내가 과오를 저질렀다는 증거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심지어 조작을 해서라도 자발적으로 내 과오를 증명하거나,

그것이 내 열정의 무결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사랑의 종말은
우리가 그 사랑을

더럽히는 고통을 깨끗이 씻어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입증한다.

우리는 직접 체험한 우리의 사랑이 일시적이거나, 변질되었거나,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을 수도 있는

저 흔해 빠진 수많은 사랑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우리가 불순하고 냉혹한 인간이라는 의심을 받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 프랑코 라 세클라 / 이별의 기술 中에서 -

 

 

 

 


 

 

 

 

 

 


 

 

 

 

 

 

 

Jehro - Caminando

 

'가릉빈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리-철학 논고  (0) 2013.04.18
거울 속의 거울  (0) 2013.04.17
비..  (0) 2013.04.17
파장  (0) 2013.04.15
花み  (0) 2013.04.07
Posted by Kalavink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