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그림을 그리면서 선이나 색만 찾는 것이 아니라, 그순간 일어나는 내 마음의 잔상까지 건져 올린다. 밝은 면이라고 계속 흰색만 고집하면 하얀 바탕속에 파묻히고, 검다고 시커먼 색만 부어놓으면 탈출구 없는 연통구멍같아진다. 얕은 연못을 그리면서 닦아낸다는 얇은 생각으로 온통 검정칠을 해 놓으니,, 보는 쌤 한마디 거드신다.. "심해인가요..?"...띠~~용~???
한적한 봄날 오후의 고목에 떨어지는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어느 산책길을 오늘 완성했다. 불끈 한팔 내민 고목에 길게 드리워진 마른 덩쿨을 휘감고 파릇 새싹을 땅바닥에 깐,,,한적한 풍광,, 멀리는 과수원이 구릉에 아련히 보인다.... 그림 제목은,,,'오후'
눈을 속이는 작업을 배워나가는 것이 그림수업의 한 부분이다. 게슈탈트의 참 맛을 색감의 대비로, 질감의 대비로,,맛 봐가면서 (눈속임이라 표현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작업 또한 도의 연장선이라 여긴다. 한가지 걱정스런 숙제를 마감하고나니 기절할만큼 피곤했던 모양이다. 노곤한 오후를 잠시 쉼표,,,
해그을음. 저무는 내 인생의 오후의 한 자락에,, 청춘의 뒤안길을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로 추억을 땅에 떨군 고목으로.. 그림 속에 난 잔상을 남겼다. 왜 검정과 흰색이 공존하는지,, 희비가 교차하는 인생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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